“50년을 같이 살았는데도 외롭습니다”

 

“50년을 같이 살았는데도 외롭습니다”

황혼 부부의 상담, 아내가 사주를 들고 찾아온 이유

“선생님…”

70대 초반의 여성분이 상담실에 들어오자마자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차를 한 잔 권해드리고 천천히 기다렸습니다.

잠시 후 그분이 입을 열었습니다.

“제가 이상한 건가요?”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남편하고 50년을 살았어요.”

“네.”

“그런데…”

목소리가 조금 떨렸습니다.

“왜 이렇게 외로운지 모르겠습니다.”

그 말을 하고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젊을 때는 먹고살기 바빠서 몰랐어요.”

두 분은 결혼한 지 50년이 넘었다고 했습니다.

자녀도 둘 있고 손주도 있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큰 문제 없이 평범하게 살아온 부부였습니다.

남편은 평생 직장생활을 했고,

아내는 집과 자녀를 돌보며 가정을 지켰습니다.

크게 싸우지도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특별히 다정하지도 않았습니다.

“남편이 바람을 피운 것도 아니고…”

“네.”

“술을 마시고 사고를 치는 사람도 아니고…”

“그러셨군요.”

“그런데 왜 제가 이렇게 외로운지…”

그분은 다시 한숨을 쉬었습니다.




“남편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제가 물었습니다.

“남편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남편은 제가 이상하대요.”

“왜요?”

“자기는 평생 가족을 위해서 살았는데 왜 불만이냐고 해요.”

그 말을 들으니

남편분의 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직장을 다니며 돈을 벌고,

자녀를 키우고,

집을 마련하고,

가족에게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남편의 기준에서는

‘나는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내가 원하는 것은

다른 것이었습니다.




“저는 돈을 벌어달라는 게 아니었어요.”

그분이 말했습니다.

“그냥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어떤 이야기요?”

“오늘 내가 뭐 했는지…”

잠시 웃으셨습니다.

“꽃이 피었는데 예쁘더라.”

“그런 이야기요?”

“네.”

“그런데 남편분은요?”

“텔레비전만 봐요.”

남편은 집에 돌아오면 TV를 켰습니다.

식사를 하고,

뉴스를 보고,

잠이 들었습니다.

아내가 말을 걸면

“응.”

“그렇지.”

“알았어.”

짧게 대답했습니다.

50년 동안 반복된 일상이었습니다.




사주를 펼치기 전에 먼저 두 분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황혼 부부 상담에서는

누가 옳고 누가 잘못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특히 40년, 50년을 함께 산 부부라면

두 사람 사이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수많은 시간이 쌓여 있습니다.

서운함도 있고,

고마움도 있고,

상처도 있고,

정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내분의 사주뿐 아니라

가능하다면 남편분의 사주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배우자 관계를 볼 때는

한 사람의 성향만으로 판단하기보다

두 사람이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선생님, 우리 남편은 원래 그런 사람인가요?”

사주를 살펴보면서

두 분의 성향 차이가 상당히 크게 느껴졌습니다.

아내분은

감정을 표현하고 대화를 통해 관계를 확인하려는 성향이 강한 편이었습니다.

반면 남편분은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보다

행동으로 책임지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아내가

“당신, 나 사랑해?”

라고 물으면

남편은

“내가 평생 안 먹여 살렸어?”

라고 대답할 사람입니다.

아내가 원하는 것은

“사랑하지.”

라는 한마디인데,

남편은

“내가 이렇게 살아온 게 사랑이지.”

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같은 사랑인데 표현 방식이 달랐습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설명하자

아내분이 갑자기 웃으셨습니다.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남편이 꼭 그래요.”

“그럼 남편분은 사랑이 없었던 걸까요?”

그분은 잠시 생각했습니다.

“아니요.”

“그렇죠?”

“생각해보면…”

아내분의 목소리가 조금 부드러워졌습니다.

“제가 아팠을 때는 병원에 꼭 같이 갔어요.”

“그러셨군요.”

“제가 좋아하는 음식도 기억하고요.”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말이 없어요.”

바로 그 부분이

이 부부의 핵심이었습니다.


“사랑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사랑을 번역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저는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부부 사이에는

서로 다른 사랑의 언어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은

말을 원합니다.

“고생했어.”

“고마워.”

“당신 덕분이야.”

“사랑해.”

이런 말이 필요합니다.

다른 한 사람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돈을 벌어오고,

아플 때 병원에 데려가고,

가족의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사랑을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방식으로 사랑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상대방이 그 사랑을 알아듣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평생 남편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것 같아요.”

아내분이 조용히 말했습니다.

“아이들 키우느라 고생했거든요.”

“네.”

“그런데 남편은 제가 집에서 한 일을 당연하게 생각했어요.”

이 말을 하는 순간

그분의 눈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한 번이라도…”

말을 멈추셨습니다.

“수고했다고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50년 전의 서운함이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었습니다.


황혼의 외로움은 ‘사람이 없어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이 부부에게는

자녀가 있었습니다.

손주도 있었습니다.

친구도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아내분은 외로웠습니다.

왜일까요?

가장 가까운 사람과 마음을 나누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젊을 때는

직장,

육아,

교육,

생활비,

집 문제 등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부부 사이에 대화가 부족해도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녀가 독립하고

직장에서 은퇴하고

하루의 일정이 줄어들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빈 공간이 드러납니다.


“남편이 퇴직하고 나서 더 힘들어졌어요.”

그분이 말했습니다.

“왜 그런지 아세요?”

“하루 종일 집에 있으니까요.”

예전에는 남편이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돌아왔습니다.

아내는 집에서 자신의 일을 했습니다.

서로 바쁜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큰 충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퇴직하면서

두 사람은 하루 종일 같은 공간에 있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서로의 생활습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TV 소리만 들어도 짜증이 납니다.”

아내분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아침부터 TV를 켜요.”

“남편분은 뭐라고 하세요?”

“조용히 보면 되지 않느냐고 하죠.”

“그게 또 싫으신 거군요.”

“네.”

그분도 웃었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의 본질은

TV가 아니었습니다.

‘나는 당신에게 중요하지 않은 사람인가?’

그 마음이

TV 소리라는 작은 문제를 통해

터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사주에서 보이는 부부 관계의 중요한 특징

명리학에서는

배우자와의 관계를 살펴볼 때

배우자와 관련된 자리와 기운,

일간과 배우자 사이의 관계,

전체적인 오행의 균형,

운의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봅니다.

하지만 저는 사주를

‘이혼한다, 안 한다’를 단정하는 도구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황혼의 부부라면

이미 50년이라는 세월을 함께 살아왔습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입니다.


“이혼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제가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혹시 이혼을 생각하신 적도 있습니까?”

아내분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니요.”

“그럼 무엇을 원하십니까?”

한참 생각하다가

대답했습니다.

“친구처럼 지내고 싶어요.”

저는 그 말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50년을 부부로 살았지만

이제는 남편과

친구처럼 이야기하고,

같이 산책하고,

밥을 먹고,

여행도 다니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남편에게 먼저 말해보셨습니까?”

“말하면 잔소리한다고 할까 봐…”

“그럼 지금까지 말씀을 안 하신 겁니까?”

“네.”

여기에서 또 하나의 문제가 나타났습니다.

아내는 서운하지만 말하지 않았습니다.

남편은 문제가 없는 줄 알았습니다.

아내는 더 외로워졌습니다.

남편은 왜 아내가 화가 났는지 몰랐습니다.

그리고 서로는

상대방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습니다.


50년 된 부부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변화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아내분에게

남편을 갑자기 바꾸려고 하지 말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남편분에게 오늘부터 대화 많이 하자고 하면…”

“싫어할 것 같아요.”

“그렇겠죠.”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해보자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저녁 식사 후

10분만 함께 산책하는 것입니다.

대화를 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걷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 날

“오늘 날씨 좋네.”

한마디만 해도 됩니다.


“그런 것도 효과가 있을까요?”

“있을 수 있습니다.”

50년 동안 굳어진 관계를

하루아침에 바꾸려고 하면

오히려 부담이 됩니다.

중요한 것은

다시 서로를 생활 속에서 발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남편에게도 필요한 것이 있었습니다

남편분의 입장에서는

아내가 왜 갑자기 불만을 이야기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나는 평생 가족을 위해 살았는데.’

이 생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남편에게는

“내가 잘못했다.”

라는 말부터 요구하기보다

“당신이 그동안 가족을 위해 애쓴 것을 알아.”

라는 인정이 먼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

“그런데 이제 우리 둘만의 시간이 많아졌으니

조금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

라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선생님, 저도 남편에게 고맙다고 해볼까요?”

아내분이 물었습니다.

저는 웃으며 말씀드렸습니다.

“왜 안 되겠습니까?”

“제가 먼저 해야 하나요?”

“누가 먼저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부부 사이에서는

‘누가 먼저 사과하느냐’

‘누가 먼저 말하느냐’

를 따지다 보면

시간만 지나갑니다.

특히 50년을 함께 산 부부에게는

이미 충분히 긴 시간이 있습니다.

이제 남은 시간까지

자존심으로 채울 필요는 없습니다.


“남편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본 적이 별로 없네요.”

그분이 생각에 잠겼습니다.

“평생 당연하게 생각했어요.”

“남편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러겠죠.”

사실 부부는

서로의 수고를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남편이 돈을 벌어오는 것.

아내가 집을 돌보는 것.

자녀를 키우는 것.

아픈 가족을 돌보는 것.

모두 시간이 지나면

‘원래 그런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당연했던 것을 다시 고맙다고 말하는 순간 관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상담 후 한 달 뒤

한 달쯤 지나

아내분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선생님, 저희 남편이랑 산책하기 시작했어요.”

“정말요?”

“네.”

“남편분이 좋아하시던가요?”

“처음에는 싫어했어요.”

“그런데요?”

“제가 그냥 같이 걷자고 했더니 따라 나오더라고요.”

“무슨 이야기 하세요?”

“처음에는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지금은요?”

그분이 웃었습니다.

“어제는 남편이 먼저 그러더라고요.”

“뭐라고요?”

“이번 주말에 바람 쐬러 갈까?”


“50년 만에 남편이 먼저 여행을 가자고 했어요.”

그 말을 하는

아내분의 목소리가 밝았습니다.

“그래서 어디 가세요?”

“아직 정하지 않았어요.”

“그럼 좋네요.”

“네.”

잠시 후

그분이 말했습니다.

“선생님…”

“네.”

“남편이 갑자기 달라진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렇죠.”

“제가 남편을 보는 눈이 조금 달라진 것 같아요.”

저는 그 말이

이번 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관계의 방식이 변할 수 있습니다.

50년 동안 형성된 성격과 습관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습니다.

말이 적은 사람이 갑자기 수다쟁이가 되지도 않고,

표현이 서툰 사람이

갑자기 영화 같은 사랑을 표현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작은 행동은 바뀔 수 있습니다.

함께 걷고,

같이 식사하고,

상대방의 말을 조금 더 들어주고,

고맙다는 말을 한 번 더 하고,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을 기억해주는 것.

그 작은 변화들이

50년 된 관계에 새로운 시간을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황혼의 부부에게 필요한 것은 ‘다시 사랑하는 법’일지도 모릅니다

젊을 때의 사랑과

황혼의 사랑은 다릅니다.

젊을 때는

설렘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편안함,

존중,

신뢰,

배려,

그리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해집니다.

그래서 황혼의 부부에게

‘처음처럼 사랑하라’고 말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신

“남은 시간을 서로의 좋은 친구로 살아보세요.”

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50년을 같이 살았는데도 외로운 이유

이 상담을 통해

저는 한 가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오래 함께 살았다고 해서

자동으로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오래 살수록

상대방을 너무 잘 안다고 생각해서

묻지 않게 됩니다.

“오늘 어땠어?”

“무슨 생각해?”

“요즘 힘든 건 없어?”

이런 질문을 하지 않게 됩니다.

이미 다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람은

50년을 함께 살아도

계속 변합니다.


“당신은 요즘 행복해?”

이 질문 하나가

어쩌면 황혼 부부에게

가장 필요한 질문일지도 모릅니다.

남편에게 물어보고,

아내에게 물어보고,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도 물어봐야 합니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가?”


사주가 알려주는 것은 ‘운명’만이 아닙니다

사주를 상담하다 보면

많은 분들이

“앞으로 어떻게 됩니까?”

라고 물으십니다.

물론 운의 흐름을 살펴보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저는

사주를 통해 자신의 성향과 관계의 패턴을 이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왜 이런 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왜 배우자의 행동에 이렇게 서운한가.’

‘왜 상대방은 나와 다르게 표현하는가.’

이런 것을 이해하면

상대를 바꾸려 하기보다

관계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상담을 마치며

마지막 상담 날

아내분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 저는 남편이 변해야 행복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요?”

“제가 먼저 조금 바뀌니까 남편도 조금 움직이네요.”

그리고 웃으셨습니다.

“50년이나 같이 살았는데…”

“네.”

“이제야 남편을 조금 알아가는 것 같아요.”

그 말을 듣고 저도 웃었습니다.

50년이라는 세월은

참 긴 시간입니다.

하지만 부부에게는

그 50년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남은 10년, 20년은 조금 다르게 살아보고 싶습니다.”

상담실을 나서기 전

그분이 마지막으로 하신 말입니다.

“아이들은 다 컸고…”

“네.”

“이제는 남편과 저희 둘의 시간이잖아요.”

“맞습니다.”

“그러니까…”

잠시 생각하시더니 웃었습니다.

“앞으로는 외롭지 않게 살아보려고요.”

그 말이 참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부부가 함께 산 세월이 길다고 해서

반드시 마음까지 가까운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마음이 멀어졌다고 해서

반드시 끝난 것도 아닙니다.

어쩌면

너무 오래 함께했기 때문에

서로에게 당연해진 것들을

다시 발견하는 시간이 필요할 뿐입니다.


황혼의 부부에게 꼭 묻고 싶은 질문

혹시 지금 배우자와 함께 살면서도

외롭다고 느끼시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왜 나를 이해하지 못해?”

라는 질문보다

한번쯤 이렇게 물어보셨으면 합니다.

“우리 앞으로 어떻게 살면 좋을까?”

그리고

“당신은 요즘 무엇이 가장 힘들어?”

“당신은 요즘 무엇이 가장 하고 싶어?”

라고 물어보십시오.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습니다.

대답이 바로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50년 동안 하지 않았던 대화를

하루 만에 완성할 필요는 없습니다.

10분 산책으로 시작해도 되고,

차 한 잔으로 시작해도 됩니다.

그리고 아주 작은 말 하나면 충분합니다.

“오늘 당신이 있어서 좋았어.”

혹은

“그동안 고생 많았어.”

그 한마디가

50년 동안 굳게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조금 열어줄 수도 있습니다.


상담을 하며 제가 느낀 것

사주를 펼쳐놓으면

사람의 성향과 관계의 흐름을

여러 방향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주도

“당신은 평생 외롭게 살아야 합니다.”

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운이 어떻든,

부부 관계가 어떻든,

결국 현실에서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은

두 사람의 선택과 행동입니다.

특히 황혼의 부부에게는

남은 시간이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그래서 저는

‘누가 잘못했는가’를 따지기보다

‘앞으로 남은 시간을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까’

를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50년을 함께 살았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

기쁜 날도 있었고,

힘든 날도 있었고,

서로에게 서운했던 날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 모든 시간을 지나

지금 두 사람이 다시 마주 앉아 있다면,

어쩌면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처럼 뜨겁게 사랑하지 않아도 됩니다.

매일 다정한 말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걷고,

밥 한 끼 같이 먹고,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아플 때 서로의 손을 잡아주는 것.

그것이면 충분할지도 모릅니다.

50년을 함께 산 부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새로운 사랑이 아니라
서로를 다시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그것만으로도

황혼의 인생은

전혀 다른 빛깔로 바뀔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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