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한마디에 밤새 울어요” 엄마가 몰랐던 아이의 기질

 

“친구 한마디에 밤새 울어요” 엄마가 몰랐던 아이의 기질

“선생님, 우리 아이가 너무 예민한 것 같아요.”

어머니는 상담실에 들어오자마자 한숨부터 내쉬셨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딸아이의 사주를 보러 오신 어머니였습니다.

“별일도 아닌 것 같은데 친구가 한마디만 하면 너무 속상해해요. 어제도 학교에서 친구가 뭐라고 했는지 집에 와서 울더라고요.”

저는 어머니에게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어떤 말을 들었는데요?”

“친구가 ‘너 그것도 못 해?’라고 했대요.”

어머니는 잠시 말을 멈추셨습니다.

“그런데 그 말을 듣고 집에 와서 울어요. 제가 보기에는 그냥 친구가 한마디 한 것뿐인데요.”

그리고 어머니는 조금 답답한 표정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그래서 아이한테 그랬어요. ‘그런 말을 들었다고 울면 어떡하니? 그냥 무시하면 되지.’”

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부모라면 충분히 그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을 들을 때도 있고, 때로는 다른 사람의 말에 상처를 받더라도 그것을 이겨내는 힘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는 아이의 사주를 펼쳐보기 전에 어머니께 한 가지 질문을 드렸습니다.

“어머님께서는 어릴 때 친구 관계 때문에 마음고생을 많이 하신 편인가요?”

어머니가 잠시 저를 바라보셨습니다.

“제가요?”

“네.”

“저는 별로요. 그냥 친구랑 싸우면 싸우는 거고, 다음 날이면 또 괜찮았어요.”

그때 저는 아이의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부모와 아이가 얼마나 다른 사람인지부터 설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왜 너는 그렇게 힘들어?”

아이의 사주를 차분하게 살펴보았습니다.

이 아이에게서 눈에 띄었던 것은 감정의 민감성과 주변의 분위기를 빠르게 받아들이는 성향이었습니다.

이런 기질을 가진 아이들은 다른 사람의 표정이나 말투, 분위기 변화에 민감할 수 있습니다.

친구가 웃으면서 한 말과 화가 나서 한 말을 구별하기도 하고, 친구가 평소와 조금 다른 표정을 지으면 ‘혹시 내가 뭘 잘못했나?’ 하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부모 입장에서는 그것이 잘 이해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친구가 그냥 한 말인데 왜 저렇게까지 생각하지?”

바로 이 차이입니다.

어머니에게 말씀드렸습니다.

“어머님, 이 아이는 말을 문자 그대로만 듣는 아이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뜻인가요?”

“친구가 ‘너 그것도 못 해?’라고 했을 때 그 말만 듣는 것이 아니라, 그 말에 담긴 표정과 목소리와 분위기까지 함께 받아들이는 겁니다.”

어머니가 잠시 생각하시더니 말씀하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이가 친구 표정을 굉장히 많이 봐요.”

“친구가 기분이 안 좋아 보이면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도 하나요?”

“네. 정말 그래요.”

어머니는 그제야 무언가를 깨달은 듯했습니다.

“그래서 친구가 조금만 이상해도 ‘엄마, 내가 뭘 잘못했나 봐’라고 해요.”




아이는 친구의 말을 하루 동안 되새기고 있었습니다

저는 상담하면서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어머님께서는 친구가 한마디 하고 끝났다고 생각하시지만, 아이에게는 그게 끝난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친구가 한마디 합니다.

“너 오늘 왜 그렇게 입었어?”

그 순간은 지나갑니다.

하지만 아이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생각합니다.

‘내 옷이 이상했나?’

저녁을 먹으면서도 생각합니다.

‘친구들이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떡하지?’

잠자리에 누워서도 생각합니다.

‘내일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또 뭐라고 하면 어떡하지?’

그러다 결국 눈물이 납니다.

어른이 보기에는 작은 일 하나입니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하루 종일 마음속에서 계속 커진 사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머니께 말씀드렸습니다.

“아이가 우는 것 자체를 문제로 보시면 안 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왜 우는지를 먼저 알아주셔야 합니다.”




“그냥 무시해”라는 말이 아이에게는 어렵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부모님들이 자주 하시는 말이 있습니다.

“그냥 무시하면 되잖아요.”

물론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무시하는 방법을 아이가 아직 모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른은 살아오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여러 가지 일을 겪었습니다.

누군가 나를 싫어할 수도 있다는 것,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 없다는 것,

친구와 싸웠다가 다시 화해할 수도 있다는 것,

다른 사람의 말이 항상 진실은 아니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초등학생에게는 그런 경험이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그냥 무시해.”

라는 결론보다

“그 말을 들으니 네가 속상했구나.”

라는 공감일 때가 있습니다.

그 다음에야

“그런데 친구가 한 말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니야.”

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저는 어머니께 이렇게 권했습니다.

“아이가 울 때 바로 해결책을 주려고 하지 마세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먼저 마음부터 받아주세요.”


“엄마가 나를 이해해주는구나”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보라고 했습니다.

“친구가 그런 말을 해서 속상했구나.”

“그 말을 듣고 하루 종일 마음에 걸렸구나.”

“엄마라도 그런 말을 들으면 속상했을 것 같아.”

그 다음에야 질문합니다.

“그런데 친구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이렇게 하면 아이는 부모가 자기 편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 상태에서 이야기를 나누면 아이가 조금씩 다른 관점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처음부터

“그게 뭐가 속상해?”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 울어.”

“너는 너무 예민해.”

라고 하면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속으로는 계속 힘들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아이에게는 또 다른 특징이 있었습니다

저는 어머니께 물었습니다.

“아이에게 혼자 있는 시간이 있나요?”

“네. 방에서 혼자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요.”

“그림을 잘 그리나요?”

“굉장히 좋아해요. 학교에서 있었던 일도 그림으로 표현할 때가 많아요.”

이 부분도 중요한 단서였습니다.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편한 아이가 있습니다.

이런 아이에게는

“왜 그랬는지 말해봐.”

라고 다그치는 것보다

“그림으로 그려볼래?”

라고 하는 것이 오히려 마음을 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사주를 통해 아이의 기질을 살펴보는 이유도 바로 이런 부분에 있습니다.

아이를 어떤 틀에 넣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아이에게는 어떤 방식으로 다가가는 것이 편할까?’

를 찾아보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선생님, 너무 여리면 세상을 어떻게 살아요?”

어머니가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선생님, 저는 아이가 너무 여린 게 걱정이에요. 사회에 나가면 더 힘들잖아요.”

저도 그 걱정이 무엇인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예민하다는 것이 반드시 약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어머니가 저를 바라보셨습니다.

“오히려 민감하게 느끼는 능력이 장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잘 살피는 사람,

상대방의 감정을 빨리 알아차리는 사람,

분위기를 읽는 사람,

작은 변화를 발견하는 사람,

누군가 힘들어할 때 먼저 다가가는 사람.

이런 능력 역시 사람의 중요한 자질입니다.

어린 시절에는 그것이 ‘너무 예민하다’는 단점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절하게 다듬어지면 공감능력이나 관찰력, 섬세함이라는 강점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예민함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예민함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강한 마음’만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어머니께 한 가지 이야기를 더 드렸습니다.

“어머님, 아이에게 강해지라고만 하지 마세요.”

“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아이가 오히려 건강할 수 있습니다.”

울면 안 되는 것이 아닙니다.

상처받지 않아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상처를 받은 뒤 다시 일어나는 방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친구가 나를 싫어할 수도 있습니다.

친구가 나에게 좋지 않은 말을 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아무리 잘해도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습니다.

그 사실을 아이가 조금씩 경험하면서 배우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부모가 아이 대신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친구와 작은 갈등이 생길 때마다 부모가 학교에 전화하고, 친구 부모에게 연락하고, 모든 상황을 정리해버리면 아이는 스스로 관계를 해결하는 경험을 할 기회를 잃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방치해서도 안 됩니다.

아이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면서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담 후 한 달, 어머니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한 달쯤 지나 어머니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선생님, 아이가 조금 달라졌어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습니다.

“며칠 전에 친구랑 또 문제가 있었거든요.”

저는 순간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울면서 바로 방으로 들어가지 않았어요.”

“어떻게 했나요?”

“저한테 와서 ‘엄마, 나 지금 기분이 너무 안 좋아’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 말을 듣고 웃었습니다.

“그게 굉장히 큰 변화입니다.”

예전에는 감정을 혼자 끌어안고 밤새 울었다면, 이제는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어머니도 달라졌다고 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또 무슨 일이야?”

라고 했을 텐데,

그날은

“그랬구나. 많이 속상했겠다.”

라고 먼저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아이가 한참을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친구가 어떤 말을 했는지,

자기는 왜 속상했는지,

그리고 내일 학교에 가면 어떻게 할 것인지.

마지막에는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엄마, 나도 내일은 그냥 먼저 말 걸어볼래.”

저는 그 이야기가 참 좋았습니다.

누군가 대신 해결해준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다음 행동을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사주를 볼 때 가장 중요한 것

아이의 사주를 상담할 때 저는 미래를 단정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특히 어린아이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아직 성장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입니다.

사주에서 어떤 기질이 보인다고 해서

“이 아이는 평생 예민합니다.”

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그 기질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표현되는가입니다.

민감함이 불안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공감능력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고집이 반항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자기주도성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조용함이 소극성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깊이 생각하는 힘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자녀 상담에서는 사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현재 환경과 부모와의 관계, 학교생활, 친구관계 등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아이가 너무 예민한 것 같아요.”

상담이 끝날 무렵 어머니가 처음 했던 말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선생님, 제가 그동안 아이를 너무 예민한 아이라고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저는 말씀드렸습니다.

“아이에게 있는 특징을 없애려고 하기보다, 그 특징이 좋은 방향으로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됩니다.”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물으셨습니다.

“그럼 제가 앞으로 가장 먼저 해줘야 할 것은 뭘까요?”

저는 간단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아이의 감정을 틀렸다고 말하지 않는 것입니다.”

“속상하면 속상할 수 있습니다.”

“친구의 말이 마음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울 수도 있습니다.”

그 감정을 인정해준 다음,

“그럼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라고 함께 생각해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조금씩 아이는 배워갑니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다는 것.

친구의 한마디가 나의 가치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

상처받았다고 해서 내가 약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힘든 일이 생겼을 때 혼자 끌어안지 않고 누군가에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사주가 알려주는 것은 ‘운명’보다 ‘이해’일지도 모릅니다

아이의 사주를 상담하다 보면 부모님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아이의 모습을 발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말을 안 듣는 아이인 줄 알았는데 자기 생각이 강한 아이였구나.”

“너무 예민한 아이인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의 마음을 세심하게 살피는 아이였구나.”

“집중력이 없는 줄 알았는데 좋아하는 것에는 굉장히 깊이 몰입하는 아이였구나.”

이렇게 부모의 시선이 달라지는 순간, 아이와 부모 사이의 관계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주는 아이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도구가 아닙니다.

아이의 미래를 결정하는 도구도 아닙니다.

다만 부모가 미처 보지 못했던 아이의 한 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그날 상담실을 나서면서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선생님, 이제는 아이가 울면 ‘왜 또 울어?’가 아니라 ‘무슨 일이 있었어?’라고 먼저 물어봐야겠어요.”

저는 웃으며 말씀드렸습니다.

“그 한마디가 아이에게는 굉장히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상담실 문을 닫으며 다시 생각했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어려운 것은 아이를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아이의 모습과 실제 아이의 모습을 구별하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우리 아이가 너무 예민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가 아이의 마음을 조금 덜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친구의 한마디에 밤새 울었던 그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그 정도 가지고 왜 울어?”

라는 말이 아니라,

“많이 속상했구나. 엄마가 네 이야기를 들어줄게.”

라는 한마디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한마디에서 아이는 조금씩 세상을 견디는 법을 배워갈 것입니다.


https://youtu.be/PiuYuDdm7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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