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결혼하고 나니 남처럼 느껴집니다”
“딸이 결혼하고 나니 남처럼 느껴집니다”
엄마와 딸 사이에 생긴 보이지 않는 거리
“선생님, 이상한 게 하나 있어요.”
60대 초반의 여성분이 사주를 펼쳐놓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습니다.
“딸이 결혼하기 전에는 정말 친했어요.”
“네.”
“친구처럼 지냈거든요.”
잠시 웃으셨습니다.
“그런데 결혼하고 나니까…”
말끝이 흐려졌습니다.
“딸이 남처럼 느껴져요.”
저는 조용히 그분의 이야기를 기다렸습니다.
“제가 뭘 잘못한 걸까요?”
“딸과 특별히 다툰 일이 있으셨습니까?”
“그건 아니에요.”
“그럼 어떤 점이 가장 힘드십니까?”
그분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예전에는 딸한테 제일 먼저 전화가 왔는데, 이제는 제가 연락해야 겨우 통화해요.”
그 말 속에는 단순한 섭섭함보다 더 깊은 감정이 들어 있었습니다.
외로움이었습니다.
“결혼하면 이렇게 달라질 줄 몰랐어요.”
딸은 30대 중반에 결혼했습니다.
결혼 전에는 엄마와 거의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직장에서 있었던 일,
친구와 다툰 이야기,
쇼핑한 이야기,
남자친구와의 문제,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까지.
“딸이 퇴근하면 제일 먼저 저한테 전화했어요.”
“매일요?”
“네. 하루에도 몇 번씩 했어요.”
어머니는 그 시절을 이야기하면서 얼굴에 미소가 번졌습니다.
그런데 결혼 후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전화가 확 줄었어요.”
“얼마나 줄었습니까?”
“일주일에 한두 번 할까 말까 해요.”
“딸이 먼저 전화하는 경우는요?”
그분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습니다.
“거의 없어요.”
“제가 먼저 전화하면 받기는 해요.”
그분은 딸이 자신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전화를 하면 잘 받습니다.
목소리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데 예전과 다릅니다.
“엄마, 나 지금 좀 바빠.”
“나중에 전화할게.”
“엄마, 무슨 일 있어?”
대화가 짧습니다.
예전처럼 한 시간씩 이야기를 나누지도 않습니다.
“그게 그렇게 서운하세요?”
제가 묻자
그분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네.”
그리고 한마디를 덧붙였습니다.
“제가 딸한테 이제 필요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엄마에게 딸의 결혼은 ‘딸을 얻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딸과의 관계가 특별히 깊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남편은 직장생활이 바빴고,
아들은 일찍 독립했습니다.
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사람은 딸이었습니다.
딸이 엄마의 말벗이었습니다.
장도 같이 보고,
여행도 같이 가고,
병원에도 같이 가고,
맛있는 식당을 찾아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딸은
단순히 자녀 한 명이 아니었습니다.
친구이자 동반자에 가까운 존재였습니다.
그런 딸이 결혼하면서
갑자기 자신의 생활에서 빠져나간 것입니다.
“사실 사위가 조금 밉기도 해요.”
그분이 조심스럽게 고백했습니다.
“이런 말 하면 안 되는 거 아는데…”
“괜찮습니다. 편하게 말씀하세요.”
“사위가 딸을 데려간 것 같아요.”
그 말을 하고는
본인도 조금 놀란 듯 웃었습니다.
“제가 이상하죠?”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딸이 결혼하면
엄마는 딸이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동시에
‘내 딸과 나 사이에 누군가 들어왔다.’
라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그동안 딸과 아주 가까웠던 관계라면
그 변화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사주를 펼쳐보니 ‘딸과의 관계’보다 먼저 보였던 것
어머니의 사주를 살펴보면서
제가 먼저 말씀드린 것은
“어머니께서는 사람을 한번 마음에 두면 오래 책임지는 성향이 강하십니다.”
였습니다.
그분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맞아요.”
“특히 가족에게는 더 그렇습니다.”
“제가 가족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요.”
“그러셨을 것 같습니다.”
명리학에서는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볼 때
단순히 ‘자녀운이 좋다, 나쁘다’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자녀와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애착,
책임감,
표현 방식,
운의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분의 경우에는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이 상당히 깊은 동시에
가족에게 자신이 필요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마음도 강한 편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딸이 힘들어하면 제가 먼저 해결해줬어요.”
딸이 결혼하기 전까지
어머니는 딸의 고민을 거의 모두 들어주었습니다.
직장에서 상사와 갈등이 생겼을 때도,
친구와 문제가 생겼을 때도,
남자친구와 싸웠을 때도
딸은 엄마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러면 어머니는
“그 사람이 잘못했네.”
“그렇게 하지 마.”
“엄마가 보기에는…”
하며 해결책을 이야기했습니다.
딸도 엄마의 말을 잘 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결혼하고 나니
딸이 엄마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그게 제일 섭섭해요.”
“어떤 점이요?”
“이제는 남편한테 먼저 이야기하더라고요.”
바로 그 부분이었습니다.
딸에게 ‘첫 번째 사람’이 아니게 된 순간
딸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찾는 사람이 남편이 되었습니다.
좋은 일이 생겨도
남편에게 먼저 이야기했습니다.
속상한 일이 있어도
남편과 상의했습니다.
어머니에게는
그 변화가 너무 크게 느껴졌습니다.
‘내가 딸을 그렇게 오래 키웠는데…’
‘그동안 내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들어줬는데…’
‘이제는 남편이 제일 중요한 사람이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어머니에게 말씀드렸습니다.
“그것은 어머니의 자리를 빼앗은 것이 아닙니다.”
엄마와 남편의 자리는 경쟁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딸에게 남편은 배우자입니다.
엄마는 엄마입니다.
두 관계는 서로 비교할 수 없습니다.
딸이 남편에게 먼저 이야기한다고 해서
엄마를 덜 사랑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결혼한 사람이 배우자와 가장 먼저 상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변화입니다.
그 변화가 생겨야
새로운 가정이 제대로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딸이 결혼한 것이 아니라
엄마의 마음이 그 변화를 따라가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입니다.
“그럼 저는 딸에게 아무 말도 하면 안 되나요?”
“아닙니다.”
제가 대답했습니다.
“다만 예전처럼 모든 것을 알려고 하지 않으시면 됩니다.”
“딸이 어디에 갔는지…”
“네.”
“누구를 만났는지…”
“네.”
“사위하고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그런 것까지 다 알 필요는 없습니다.”
어머니는 조금 웃었습니다.
“제가 궁금한 게 너무 많아요.”
“그동안 딸과 그렇게 가까웠으니까요.”
관심과 간섭 사이에는 아주 얇은 선이 있습니다
부모의 질문은 사랑에서 시작됩니다.
“밥은 먹었니?”
“잘 지내니?”
“회사 괜찮니?”
하지만 같은 질문이라도 반복되면
자녀에게는 간섭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특히 결혼한 자녀에게
부부 사이의 문제를 계속 물어보거나
배우자에 대해 평가하거나
생활방식에 대해 조언하기 시작하면
자녀는 점점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질문을 조금 바꿔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무슨 일 있었어?”
보다
“요즘 너는 잘 지내니?”
라고 물어보는 것입니다.
차이가 작아 보이지만
상대에게 주는 느낌은 상당히 다릅니다.
“사위가 마음에 안 드는 부분도 있어요.”
어머니는 사위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습니다.
“딸한테 너무 무심한 것 같아요.”
“어떤 점에서 그렇게 느끼셨습니까?”
“딸이 아픈데도 자기 일만 하는 것 같고…”
“딸이 그렇게 말하던가요?”
“아니요.”
“그럼 어머니께서 보시기에 그렇게 느끼신 겁니까?”
그분은 잠시 생각하셨습니다.
“네.”
이럴 때 부모가 조심해야 합니다.
내 눈에 보이는 모습이
자녀의 결혼생활 전체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부부에게는
부부만 아는 대화와 방식이 있습니다.
부모가 그 안으로 너무 깊이 들어가면
오히려 자녀의 결혼생활을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딸이 힘들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제가 물었습니다.
“딸이 직접 힘들다고 이야기하면?”
그분은
“당장 데리고 와야죠.”
라고 대답했습니다.
저는 웃으며 말씀드렸습니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먼저 딸이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보세요.”
“제가 해결해주려고 하지 말고요?”
“네.”
예를 들어 딸이
“엄마, 나 요즘 너무 힘들어.”
라고 말했다면
곧바로
“사위가 잘못했네.”
“그냥 헤어져.”
“엄마가 해결해줄게.”
라고 하기보다
“많이 힘들었구나. 엄마한테 이야기하고 싶었어?”
라고 물어보는 것입니다.
그것만으로도
딸에게는 큰 위로가 될 수 있습니다.
엄마가 해야 할 일은 ‘판단’이 아니라 ‘안전한 사람’이 되는 것
자녀가 부모에게 고민을 이야기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정답이 아닐 때가 많습니다.
그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내가 어떤 선택을 해도
나를 사랑해줄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이 부모가 줄 수 있는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어머니에게 더 중요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상담을 하면서
저는 한 가지를 여쭤봤습니다.
“딸이 전화를 안 하는 날에는 무엇을 하십니까?”
그분이 대답했습니다.
“기다리죠.”
“하루 종일요?”
“네.”
“다른 일은 없으세요?”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딱히 없어요.”
그 순간
저는 이 상담의 방향이 조금 더 명확해졌습니다.
딸과의 관계를 바꾸는 것만큼
어머니 자신의 생활을 다시 만드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딸이 제 인생의 중심이었어요.”
그분이 인정했습니다.
“남편하고도 별로 할 이야기가 없고…”
“친구는요?”
“친구들도 다 각자 바쁘고…”
“취미는요?”
“없어요.”
“그러면 딸이 연락하지 않는 날에는 하루가 어떠세요?”
그분은 한참 생각하다가
대답했습니다.
“허전해요.”
바로 그 허전함 때문에
딸에게 더 자주 연락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자녀와의 거리를 줄이려면 먼저 내 삶의 빈자리를 채워야 합니다
이것은 부모·자녀 상담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자녀가 내 삶의 유일한 즐거움이라면
자녀가 독립할수록
나는 더 외로워집니다.
그러면 자녀에게 더 많이 기대게 됩니다.
자녀는 부담을 느끼고
조금 더 멀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부모는 더 불안해집니다.
다시 더 많이 연락합니다.
이런 악순환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녀와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내 삶을 먼저 회복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럼 저는 뭘 해야 할까요?”
저는 그분에게
젊었을 때 좋아했던 일을 물었습니다.
“결혼하기 전에는 무엇을 좋아하셨어요?”
“영화를 좋아했어요.”
“지금도 좋아하세요?”
“네.”
“그럼 영화 모임을 찾아보시는 건 어떠세요?”
또 하나가 있었습니다.
“여행도 좋아했어요.”
“혼자 여행해본 적은요?”
“없어요.”
“그럼 가까운 곳부터 시작해보세요.”
그분은 웃었습니다.
“제가 이제 와서 뭘 하겠어요.”
“왜 못 하십니까?”
“나이가 있는데…”
“나이가 있어서 못 하는 것과 나이가 있어서 할 수 있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그분이 한참 생각하셨습니다.
딸에게 전화하지 않은 어느 토요일
상담 후 한 달 정도 지나
그분에게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선생님, 저 이번 주말에 딸한테 전화 안 했어요.”
“어떠셨어요?”
“처음에는 손이 근질근질했어요.”
저도 웃었습니다.
“그런데 대신 친구를 만났어요.”
“좋으셨습니까?”
“네.”
친구와 점심을 먹고
영화를 보러 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녁에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날 밤
딸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엄마 뭐 했어?”
“친구 만나서 영화 봤어.”
“무슨 영화?”
딸과 영화 이야기를 한참 나눴다고 합니다.
“제가 딸에게 제 이야기를 하니까 대화가 길어지더라고요.”
이 말이 중요합니다.
예전에는
어머니가 딸에게 질문했습니다.
“밥 먹었어?”
“회사 어때?”
“사위는?”
“요즘 뭐 해?”
그런데 이제는
어머니 자신의 이야기도 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친구랑 영화 봤어.”
“다음 달에는 여행 가려고.”
“요즘 운동도 시작했어.”
그러자 딸이 묻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어디 가려고?”
“누구랑?”
“운동은 뭐 하는데?”
대화가 다시 살아났습니다.
관계를 회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쫓아가는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오히려
내 삶을 잘 살아가는 것.
그것이 자녀와의 관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녀에게
“왜 연락 안 해?”
라고 묻기보다
“엄마는 오늘 이런 걸 했어.”
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
자녀에게
“엄마한테 무슨 일 있었는지 다 말해.”
라고 요구하기보다
“네가 필요하면 엄마에게 이야기해.”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그런 부모가 되면
자녀가 오히려 편하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딸을 잃은 게 아니었네요.”
몇 달 뒤
그분이 다시 상담실을 찾았습니다.
이번에는 표정이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요즘 딸하고 어떠세요?”
제가 묻자
웃으면서 말씀하셨습니다.
“괜찮아요.”
“전화는요?”
“예전만큼 자주는 안 해요.”
“그런데 괜찮으세요?”
“네.”
잠시 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딸이 제 인생에서 사라진 게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딸은 떠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자리’로 옮겨간 것입니다
결혼 전에는
딸에게 엄마가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혼 후에는
딸에게 새로운 가족이 생깁니다.
그렇다고
엄마와 딸의 관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관계의 모양이 바뀌는 것입니다.
매일 연락하는 관계에서
가끔 만나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관계로.
모든 것을 공유하는 관계에서
서로의 삶을 존중하는 관계로.
어쩌면 이것이
성인이 된 딸과 엄마가 만들어가야 할
새로운 관계인지도 모릅니다.
“이제 딸에게 이런 말을 해요.”
상담 마지막 날
제가 물었습니다.
“딸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그분은 잠시 생각하더니
미소를 지었습니다.
“잘 살아.”
“그게 전부입니까?”
“네.”
잠시 후 다시 말했습니다.
“그리고…”
“엄마는 괜찮으니까 네가 행복하게 살아.”
저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동안 딸에게
“잘 지내?”
“괜찮아?”
라고 묻던 엄마가
이제는
“엄마는 괜찮아.”
라고 말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것은 아주 큰 변화였습니다.
자녀를 놓는다는 것은 사랑을 포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가 자녀에게서
마음을 내려놓는다는 말을 하면
어떤 분들은
“자녀에게 관심을 끊으라는 이야기인가요?”
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자녀가 힘들 때 손을 내밀어 주고,
기쁠 때 함께 기뻐하고,
필요할 때 부모의 품을 내어주는 것.
그것은 여전히 부모의 사랑입니다.
다만
자녀의 인생을 대신 결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자녀의 결혼생활을 대신 판단하지 않는 것입니다.
자녀가 연락하지 않는다고
사랑이 식었다고 단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녀의 삶이 행복해야만
내 삶도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것입니다.
엄마에게도 엄마의 인생이 있습니다
우리는 자녀에게
“너 자신을 위해 살아.”
라고 말하면서
정작 부모 자신에게는
그 말을 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자녀가 성장한 뒤에는
부모에게도 새로운 시간이 찾아옵니다.
그동안 미뤄두었던 여행을 가도 좋고,
친구를 만나도 좋고,
운동을 시작해도 좋고,
공부를 다시 시작해도 좋습니다.
혼자 카페에 앉아
차 한 잔을 마시는 것도 좋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편안하게 쉬는 것도 괜찮습니다.
이제는 ‘엄마’라는 역할만으로 살지 않아도 됩니다.
한 사람의 여성으로,
한 사람의 인간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도 됩니다.
상담을 마치며
딸이 결혼하고 나서
남처럼 느껴진다는 어머니의 말.
그 안에는
딸을 잃어버린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딸이 떠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딸에게 자신의 가정이 생겼고,
그만큼 엄마와 딸 사이에도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야 할 시간이 온 것입니다.
예전처럼 모든 것을 공유하지 않아도 됩니다.
매일 연락하지 않아도 됩니다.
딸이 엄마에게 모든 고민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다고 사랑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서로의 삶을 존중할 수 있을 때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더 편안하고 오래가는 관계가 될 수 있습니다.
“엄마는 괜찮으니까 네 인생 잘 살아.”
어쩌면 이 한마디가
결혼한 딸에게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말인지도 모릅니다.
“엄마는 괜찮아.”
그 말은
딸에게 부담을 덜어줍니다.
“너 때문에 엄마가 외롭다.”
라는 메시지가 아니라
“엄마에게도 엄마의 삶이 있다.”
라는 메시지를 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
딸은 비로소
엄마를 걱정하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아이를 키울 때는
손을 잡아주어야 합니다.
학교에 갈 때는
뒤에서 지켜봐야 합니다.
넘어지면 일으켜 세워야 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어른이 되면
사랑의 방법이 달라져야 합니다.
손을 잡아주는 사랑에서
믿고 바라보는 사랑으로.
대신 결정하는 사랑에서
스스로 선택하도록 기다려주는 사랑으로.
매일 확인하는 사랑에서
필요할 때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사랑으로.
그것이
성인이 된 자녀와 부모가
새롭게 만들어가는 관계일 것입니다.
딸이 결혼한 뒤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십니까?
딸이 예전만큼 연락하지 않아
섭섭하십니까?
혹시
‘내가 이제 딸에게 필요 없는 사람이 된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고 계십니까?
그렇다면 한 번쯤
이렇게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딸이 떠난 것이 아닙니다.
딸의 인생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어쩌면
엄마의 두 번째 인생도 시작되는 것입니다.
이제 딸에게
“잘 살아.”
라고 말해주십시오.
그리고 자신에게도
똑같이 말해주십시오.
“나도 잘 살아보자.”
자녀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부모도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어쩌면
부모와 자녀가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서로의 인생을 존중하는
가장 아름다운 거리인지도 모릅니다.





댓글
댓글 쓰기